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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열렸던 2021년 성북 문화예술교육 포럼 <나도 거점이다, 동네에서 손들기>를 기억합니다. 문화예술교육 실천가를 위한 공유지 그 자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저는 이 번 한해 <문화예술교육 공작소 함>을 물리적 거점삼아 모두가 모일 수 있는 장을 이어갔습니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 3월까지 [그러므로 문화예술교육은 필요하다]와 [꼬깃꼬깃 스터디]의 연속 기획을 통해 실천가 스스로 우리의 가치와 방향을 잡아나가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마련한 이후, 저의 시선은 문화예술교육을 계속 이어나가는 내 주변의 선배, 동료, 친구들에게 닿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지, 그리고 본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규정짓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시작되었고, 지역에서 함께하는 실천가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오픈토크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열었습니다. 하반기에 시작된 자리였기 때문에 물밀듯 밀려 들어오는 워크숍과 결과 공유회 소식을 받으며 참여자들이 많이 참석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우려와 달리, 동네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는 말에 혹해 연속차시로 진행되었던 오픈토크에 친구들과 동료들이 꾸준히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높은 참석율이 가능했던 이유는 동네에서, 작지만, 지속적으로 열리는 활동 공유의 장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천가들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힘은 무엇일까요. 오픈토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이 내 선배, 동료, 새로운 친구로부터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었던 이유와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들을 함께 듣는 경험이 소중하다는 후기를 남겼습니다. 마찬가지로 오픈토크를 진행한 실천가들 역시 자신의 활동을 점검하고 앞으로 지속할 힘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후일담을 전해주었습니다. 조용하고 따뜻한 담소의 시간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걸어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진단과 점검의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실천가들에게도 일상을 진단하고 점검내릴 시간이 마련하고,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동네에서 이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모두가 사업 마무리로 바쁜 하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네였기 때문에 작고 끈끈한 만남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꾸준히 참여자들이 모이며 어느새 서로를 위한 관계망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오픈토크에서 나왔던 선배의 조언인 “나한테 필요한 롤모델을 만나야 한다. 의지할 수 있는 선배 또는 동료가 필요하다”는, 오픈 토크 후기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난 목소리와 일치합니다. 예술교육을 함께 할 동료가 필요하며 그 누군가를 찾고 싶다던 참여자들의 갈급함을 해결할 방책은 바로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네트워크 자리였습니다.
이번 한 해 어쩌면 지난 활동을 통해 제가 개인적으로 내린 진단은 신뢰를 하고 마음을 내줄 수 있는 작은 자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입 그 자체가 힘든 문화예술교육계”라는 참여자의 후기에서 알 수 있듯, 진입에 대한 힌트를 얻고 상호학습이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 있는 더 작고 더 많은 네트워크 자리와 워크숍들이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고, 지역에서 쌓아준 신뢰의 관계망 안에서 무언가 도모할 수 있는 자리가 이어져 실천까지 닿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자리를 조성하는 것이 오픈토크를 통해 남겨진 저, 그리고 성북 문화예술교육 허브의 과제로 생각됩니다.
또한 그 안에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세울 수 있는 자리역시 필요합니다. 교류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며 확인한 점은 예술교육자의 근본적인 정체성은 예술가라는 것입니다. 서로의 예술언어로 대화를 나눌 때, 장르적으로 상이한 예술 언어를 이해하며 예술교육자 간 진정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실천에 앞서 더 많은 예술적 실험을 도모하도록 예술언어를 이용한 교류의 장을 여는 것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문화예술교육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가장 쉽고도 어려운 한 발자국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북문화예술교육 허브를 통해 이런 자리가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 안에서 마련되고, 이어지길 바랍니다.
어쩌면 문화예술생태계란 별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작은 모임들이 만들어내는 발화들이 얽히고 섥히며 더더욱 안온하고 따뜻한 성북의 문화예술생태계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중앙과 광역의 공백지가 있다면, 우리는 이렇게 동네에서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금 나와 함께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애정으로 이 길을 따로 그리고 또 같이 걸어보고자 합니다. 저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요.
<aside> 🌿 쥰 (권정원) 신뢰하는 동료들과 함께, 작고 안온한 생태계들을 잇고 엮어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세상에서 매일같이 일상의 비일상성을 경험하며 더더욱 궁금증으로 가득찬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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