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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저는 000입니다.

이 원고를 작성하면서, 이 사례들을 밝힐 때 저를 오해하거나 제 주변의 동료, 지인들에게 올 불이익이 걱정되어 이렇게 익명으로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 발생하는 관계에 관심이 많고, 개별적 주체가 이어가는 관계에서 보편적 네트워크로 확장하길 즐기는 000입니다. 다른 자리, 좋은 기회에 이름을 밝히고 소개할 수 있길 바랍니다.


청년 예술인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오로지 창작에만 생계를 기대기 어려운 현실에서 기획, 교육 등의 유관한 업무도 수행합니다. 또는 확장된 개인의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기도 하지요.

청년, 예술인, 기획자 등의 정체성을 가진 ‘누군가’로 활동하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이슈 가운데 특히 젠더와 위계 문제에 쉽게 노출이 됩니다. 여전히 존재하는 도제식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젠더와 위계 문제는 지극히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예술가로 하여금 노출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듭니다.
반면 중앙, 광역, 기초단위 등 중간 지원조직 또는 문화예술 관련한 기타 기관 및 조직에 발을 담군 예술인 혹은 기획자들은 공적이되 사적인 영역에 얽혀 서로를 향한 관계의 그물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몇 몇이 모여 하나둘 이야기를 꺼내 보았고,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문제가 축소되고, 감춰짐을 알게 되었고 해결에 앞서 사례를 모아보았습니다. 이 글은 수집된 사례를 통해 구조와 관계 안에서 나타나는 성평등과 탈위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고자 합니다.

본문의 사례는 가공 및 편집되었음을 밝힙니다.

#사례 1. “동네 아줌마들 회의비 10만원씩 받으려고 이거 오는거 아냐?”

어떤 회의 자리에 들은 말입니다. 지역활동가를 부르는 표현부터 그들을 폄하하는 발언까지 완벽하게 성평등, 탈위계에 어긋나는 사례였어요. 지역활동가들은 이 지역 기관에서 그들을 ‘동네 아줌마’라 지칭하는 것을 알까요? 하지만 저는 배석한 일개 보조 스텝에 불과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차피 저는 일주일만 일하면 되는 상황이었으니 정식으로 어딘가에 말할 필요도 못 느꼈죠. 하지만 뒤돌아 보면 그 회의를 보조 하던 ‘나’의 존재는 잊혀져 있었다는 사실은 저에게 작은 생채기를 남겼어요. 그리고 지역 활동가를 향한 저의 애정에도 마찬가지의 상흔이 남았습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존중. 많이 어려운 일인가요?

# 사례2. “간이침대사줄게. 잠자고 그냥 바로 여기서 출근할래? 근데… 나는 00씨한테 그렇게까지 일하길 기대한건 아니었어. 그니까, 00씨는 선생님이 아니야. 담임은 나고, 자기는 반장같은거지 ^^ 알고 있지? ”

생각보다 규모가 커진 사업때문에 제 보직이 갑자기 바뀌었고 매일 야근을 해야 했어요. 남자 상사가 야근하는 제가 불쌍하다며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놔준다고 하더라고요.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걸까요?

  1. 자신의 일을 나에게 전부 미루는 그?
  2. 다음 해 계약 연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당하다는 목소리 내길 포기한 나?
  3. 이미 주 52시간을 넘긴지 오래지만, 직원을 더 뽑지 않고 현재 있는 인원이 알아서 일하길 바라는 이 조직?
  4. 그리고 이런 모욕적인 표현들이 무디게 다가오기 시작한 나.

#사례3. “00님이 예민한거 아니에요? 왜 그런 것까지 목소리를 내려고 해요?”

같이 활동하는 동료가 저한테 했던 말이에요. 그 말을 들은 순간 혼란스러웠어요. ‘어? 내가 예민한건가?’ 사이버 스토킹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공개된 정보라는 이유로 누군가 저의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야 하는 걸까요? 제가 담대하지 못한 건가요? 같은 성별의 가진 사람이 예민한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라면, 제가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건가요?

#사례4. “그 사람이 00보다 나이 많은 거 알고 있었잖아.”